장수 가볼만한곳 장안산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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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안산 등산 난이도

'산은 보라고 있는 것이지 오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등산은 즐겨하지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 산을 오르는 것은 유쾌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기대는 있었다. 장수 장안산 억새가 그렇게 예쁘다더라. 오르는 길이 그렇게 쉽다더라, 5분만 오르막 길이고 나머지는 완전 평지 수준이래 - 그말만 믿고 평소 신는 운동화에 가벼운 옷차림으로 장안산에 올랐다.

장수 가볼만한곳으로 평상시에도 유명했었는지, 아니면 억새꽃철이라서 사람이 많았는지(사실 장안산 등산코스나, 어디로 오르면 쉽다던가 그런 것은 모른다.) 내가 오르기 시작하는 입구에 관광버스도 많고 사람들도 꽤 많았다. 어디선가 보았었는데 우리나라 가볼만한 명산에 이름을 올리고 있더라는 기사도 어렴풋이 기억난다. 

그래서 장수 장안산이 어땠냐고? 결론부터 말하고 시작하면 처음부터 오르막 계단이 시작되고 한 5분이 계속 오르막 길이다. 체감이 다르니 시간에 오차는 있을거다. 그리고 어느 정도 평지가 계속 이어져, 어? 이거 정말 올라갈만한 산이네? 좋아했다가 큰코 다칠 뻔 했다. 억새꽃 군락지는 두 군데인데 우리는 처음 나타나는 1차 군락지까지만 다녀왔다. 2차까지 가려면 1차에서 약 30분 정도를 더 가야한다고 다녀온 분들이 그러신다. 차를 대고 시작점부터 1차 군락지까지 약 20 ~ 30분 정도가 소요되며 길은 평지와 오르막이 계속 이어진다. 오르는 길 경사가 심해서 스틱이나 등산 신발이 아니라면 위험하다. 흙길이라서 촉촉히 젖었거나 또 낙엽이라고 있으면 그 길은 더 미끄러웠다.


  올라갈 때 만나는 풍경

산은 벌써 겨울이었다. 아니 아직 가을이지만 겨울처럼 춥게 느껴졌다. 낙엽도 가엽게 생겼다. 처음 사진 2장은 그래도 걸을만한 평지, 그리고 마지막 사진은 오르막길의 풍경인데 45도 이상의 급경사로 느껴진다. 낙엽 때문에 발이 자꾸 미끄러져서 올라갈 때 힘겨웠지만 내려올 길에 대한 걱정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너무 힘겨워하는 내게 일행분이 스틱을 하나 주셔서 그나마 수월하게 올라갔으나 내려올 때는 그분과 함께 하지 않아 스틱이 없었다. 

그 바람에 내려올 때 저곳에서 쭉 미끄러졌다. 바닥에 밤송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돌부리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멀쩡했는데 다음 날 옆구리가 너무 아프다. 봤더니 어딘가에 부딪혔던걸까, 멍이 들어 있었다. 스틱에 등산화는 꼭 필요한 장안산이다. 없어도 다녀올 수는 있지만, 내려올 때 남자분들도 많이 미끄러지는 것을 보았다. 겨울에 이곳은 절대 와서는 안 될 곳이리라.

  30분쯤? 아니면 그 이상?

힘들어서 중간에 몇 번 쉬며 올랐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지만 나는 올라가고, 내려오는 누군가에게 물어보면 20분 남았어요, 15분 남았어요 그랬으니까. 산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다 거짓말쟁이다. "얼마나 더 오르면 되나요?" "바로 저기 앞이에요!" 그런데 한참을 가도 안 보인다. 힘들게 산을 오르는 이유는 정상이 아니더라도, 중턱에도 말못하게 아름다운 풍경이 있기 때문이었다. 

기껏해야 봄에 꽃이나 보러 가려고 앞동산이나 뒷동산만 오르다 그래도 "산"이라 이름 붙은 이런 곳을 오르니 말도 못하게 상쾌하다. 힐만 신지 않았지 나의 옷차림도 산에 어울리지 않았다. 정상이 아닌데도 바람이 얼마나 강하던지, 날아갈 것만 같았다. 함께 간 분의 사진을 찍어주고 억새도 실컷 보았다. 

전혀 다른 모습인데도, 나는 왜 제주도의 왕따나무가 그렇게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다.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저렇게 기우뚱하게 자라고 있었다.

  장안산 억새 1차 군락지, 전망대

우리는 딱 여기까지였다. 등산복, 등산화, 스틱까지 준비해온 분들은 당연히 2차 군락지까지(이곳에서 30분 정도 더) 다녀오신다. 그곳이 물론 더 예쁘겠지만 그것 보자고 목숨을 내놓을 수는 없었다. 미끄러져서 다음날 옆구리가 아팠고, 발견된 멍은 일주일이나 갔다. 또 산을 올랐다고 일주일 내내 허벅지와 종아리가 아팠다. 

장안산 억새 군락지는 그렇게 넓은 면적이 아니었다. 정선 민둥산 억새를 보지는 않았지만 사진으로 보았을 때 엄청 웅장하던데 여긴 그 반에 반절에 반절도 안 된다. 천변에도 억새는 있지만 그래도 산에서 보는 것이 더 운치있기는 하다. 강한 바람이었지만 바다바람과 다르게 얼마나 청량하던지. 

더이상 오르지 않을 거라 전망대가 있는 이곳에서 억새를 실컷 보았다. 바람에 눕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던지, 멀리서 보면 산에 온통 하얀 눈이 내린 것 같았다. 그러다 바람에 흩날리면 춤을 춘다. 그 모습이 꼭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는 모습과 닮아서 한참을 보았다. 커다란 어항, 장수 가볼만한곳 장안산이었다.  10월 말, 이제 국화축제, 억새꽃축제, 단풍 축제만 남았다. 그렇게 가을이 곧 떠나게 생겼다.

지도를 보면 장안산 하봉, 중봉, 상봉이 있던데 나는 그런 거 하나도 모른다. 단지 억새를 보러 다녀왔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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