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출신 셰프가 해주는 서귀포 맛집 (대정읍)
- 제주도
- 2020. 3. 31.
제주 출신 셰프가 해주는
서귀포 대정읍 맛집
밥을 먹으러 갔다가 3시간은 수다를 떨다온 것 같다. 줄을 서서 먹어야하는 식당은 아니지만 대정읍 현지인 맛집으로 알려져 있고 점심시간에는 7000원 한식뷔페를 운영하여 마을 어르신들도 식사하러 오는 곳이라 다소 복잡할 수 있다.
친구를 만난 듯 참 즐거운 식사시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셰프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이었다. 요즘 서귀포 남쪽 귤은 밍숭밍숭하니 맛이 없고(ㅋㅋㅋ) 서쪽 귤이 맛있다고 그런다. 서귀포 남쪽에 사는 친구들은 모두 부자였고 비싼 브랜드 신발이나 옷을 입으면 그걸 따라하려고 학창시절에 짝퉁을 그렇게나 입었다고 얘기할 때는 영락없이 소년 같았다.
▲바다뷰는 없다. 그리고 건물 외관이 예쁘지도 않다. 투박하고 소박하게 서귀포시 대정읍에 자리잡고 있는 강셰프의 키친.
▲식당 외부에 작은 정원이 있다.
▲(솔직하게) 넓지도 않고 화려한 것도 없지만
▲식사 후 커피 한 잔을 뽑아서 두런두런 이야기할만한 공간이다.
▲보이는 테이블과 창가쪽에 3개의 테이블이 더 있다.
▲창가쪽 테이블 모습이다. 점심시간을 넘겨서 방문했더니 식사를 마치고 나가는 분들이 많았다. 외부 정원에서는 식사를 마친 동네 어르신이 커피 한 잔을 즐기신다.
■ 서귀포 대정읍 맛집 - 강셰프의 키친
잡지에도 실린 적 있는 강셰프는 이곳에서 태어나 이곳에서 자랐다. 이후 일본 등으로 유학을 다녀오면서 일식 셰프가 됐다. 유명 호텔에서 오래 근무했지만 매일 햇볕도 안 드는 곳에서 요리하는 것이 어느 순간 갑갑하게 느껴졌다고 그런다. 그렇게 다시 자신의 고향인 제주로 내려왔다.
일식 전문이지만 제주도로 내려와서는 제주 향토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인기를 끈 모양이다. 환상숲 곶자왈공원앞에 곶자왈 아이파크가 지어졌는데 이 아파트는 특별하다. 호텔도 아닌 아파트에서 조식이 제공된다. 조식 비용이 관리비에 포함되어 있고 세대 당 2명씩 조식을 먹을 수 있다고 그런다.
곶자왈 아이파크에서 조식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하자 여러 곳에서 서류를 넣었는데 최종 결정된 분이 바로 이 식당 사장님 강셰프다. 어딘지 말하기는 그렇지만 암튼 엄청 유명하고 이름만 말해도 알만한 거대한 곳을 물리치고, 승자는 강셰프!
우리는 와~ 함성을 질렀다.
▲메뉴와 가격은 이렇다. 일요일은 문 닫는다. 영업시간은 오전 11시 ~ 오후 7시 30분까지. 비빔밥이나 돌솥 비빔밥에 들어가는 재료를 제주 식재료로 대체하여 전주 비빔밥과는 다르다. 비빔밥이나 생선구이에는 제주 향토음식인 몸된장국이 제공된다.
4인 기준으로
돌문어 돌솥비빔밥 + 몸 된장국 : 13000원
몸국 한 그릇 : 7000원
돌문어와 딱새우 짬뽕 : 10000원
탕수육과 샐러드 : 20000원
5명까지 식사할 수 있는 양이다. 밥만 더 달라고 하면 그냥 주는 것 같았다.
셰프는 둘이 있는 것 같았고 음식을 내오는 건 셰프다. 자신이 정성으로 요리한 것을 손님 테이블에 올려주며 이건 무엇무엇으로 만들었고, 이렇게 먹으면 더 맛있다는 걸 알려준다. 진짜 호텔에서 식사하는 기분이다.
▲약간 코스요리처럼 나와서 모든 음식을 한꺼번에 찍지는 못했지만. 이건 기본 반찬과 탕수육.
▲제주 브로콜리, 제주 비트 등 제주도에서 나오는 식재료로 만든 제철 반찬이다. 밑반찬은 계절마다 달라진다.
▲돌문어 돌솥비빔밥과 몸 된장국 : 13000원
▲몸국 한 그릇 : 7000원
셰프가 해주는 서귀포 맛집 강셰프의 키친.
몸국은 많이 먹어보았어도 식당마다 맛도 비주얼도 다르다. 아무리 맛이 좋아도 돼지의 털이 보이는 부분이 몸국에 들어있으면 좀 거부감이 들었는데 여긴 육개장처럼 고기를 찢어넣은 모양이다. 그러니 호불호 없이 먹을 수 있다.
자극적인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심심하다고 느껴질만큼 순하게 만들어졌다. 맛은 우진해장국 - 고사리 육개장과 비슷했고 식감도 그랬다. 좀더 맵거나 짜게 먹고 싶더라도 내어주는대로 먹는 것이 좋다.
▲돌문어 돌솥비빔밥은 무엇보다 재료가 신선했다. 제주도 동쪽에 비해 땅이 비옥한 서쪽은 겨울에도 신선한 채소들이 많다. 걍셰프는 이곳에서 태어나고 이곳에서 자라 제주 서쪽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사람 살기 좋다고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ㅎㅎ
▲돌문어도 꽤 듬뿍 들어있다. 밥 양도 넉넉하다.
▲돌문어와 딱새우 짬뽕 : 1만원
딱새우를 먹기 좋게 손질해놔서 통통한 살만 쏙 빼먹을 수 있어 좋았다. 짬뽕은 불맛이 강하다. 맵지 않고 담백하지만 불맛을 정말 잘 살렸다. 차돌박이, 돼지고기, 문어, 딱새우, 버섯 등 면보다 알맹이가 많은 짬뽕은 처음 봤다.
▲탕수육과 샐러드 : 2만원
▲그날그날 서비스로 나오는 메뉴. 우리는 오늘 이걸 받았다. 매일매일 다르기 때문에 뭐가 나올지 모른다. 치킨 샐러드가 나올지 고등어구이가 나올지. 왜 비싼 식당마다 있는 실장님 그날의 메뉴? 그런거다.
이 샐러드는 꼭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것 같다. 풀때기만 주는 그런 샐러드가 아니다. 이게 서비스다.
알새우칩 과자에 제주 흑돼지, 연어를 올려 더 특별한 샐러드가 됐다. 뭐 외국 어디어디 요리처럼 만들었다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이건 우리 테이블에서만 이야기해주는 것이 아니다. 어느 테이블이든 주문한 음식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진다. 여기는 셰프가 있는 제주 서귀포 맛집이니까.
▲중국집 탕수육과는 소스부터 다르다. 굉장히 쫀득쫀득한 소스? 차라리 닭강정과 같은 느낌이었다. 신선한 야채와 한라봉도 있다.
▲요렇게 생겼다. 여기서 먹는 음식들은 다 새롭다.
▲오늘의 서비스 메뉴였던 샐러드. 제주도를 사랑하는 셰프, 제주의 땅과 바람과 물을 좋아하고 모든 재료를 가까이에서 얻으니 이렇게 신선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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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도 2가지나 나오는
제주 서귀포 맛집 - 강셰프의키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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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는 셔벗이 나온다. 감귤과 하귤을 통째로 갈아서 만든 거다.
▲두번째 후식으로 감귤차가 나온다. 생강과 배를 넣어 놀라운 맛이었다. 셔벗보다 감귤차가 훨씬 맛있었고 따뜻하게 마시니까 면역력이 +100은 된 것 같다. 따로 팔아도 될 것 같다고 했더니 만드는 게 힘들다고 그런다. 껍질을 벗겨서 깨끗이 씻고 물에 불리고 삶아서 갈고 배와 생강도 넣어야하니 엄청 까다롭다고. 그래서 맛이 이렇게 좋았나?
강셰프의 키친이 제주 서귀포 맛집으로 특별한 건 매일매일 서비스 메뉴가 나오는 것, 후식이 2가지나 나오는 것, 제주 향토음식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것 뿐만이 아니다. 남다른 고향 사랑으로 동네 할망들도 식사할 수 있게 점심에는 뷔페도 운영한다. 이건 셰프 아버지가 마을 어르신들을 위해 그렇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그런다.
식당에 오는 손님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강셰프의 유쾌한 성격 때문에 단골이 많다. 제주도 한달살이 하면서 왔다 간 사람들이 다음에 다시 온다거나. 소개에 소개를 받아 제주 한달살이하는 사람들이 찾아오거나.
우리가 방문했던 날에도 제주 한달살이 중인 가족이 찾아왔다. 아예 이사하기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하니 그런 부분도 도움을 주고, 가볼만한 곳들도 알려준다. 그래서인지 혼자 식사하러 오는 분들도 보였다.
같은 돈을 주고 식사를 하더라도 셰프가 만들어주는 요리, 코스 요리를 먹는 것처럼 대접받는 기분을 느껴보고 싶다면 제주 서귀포 맛집 강셰프의 키친을 들러보자. 후식으로 나오는 감귤차는 정말 끝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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