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살이 첫번째 봄, 한림 민속 오일장 (날짜)

반응형
728x170

제주살이 첫번째 봄

한림 민속 오일장에서 봄맞이


제주에서의 첫번째 봄은 아니지만, 제주도에 정착하고 맞이하는 첫번째 봄. 가을을 보냈고, 겨울을 보냈고, 봄이 되었다. 제주에 살면 날마다 바다를 보고, 날마다 숲길을 걷고, 날마다 오름을 가고, 날마다 파란 하늘을 볼 수 있으니 좋겠다 그런다. 


응? 

웃기지마, 누가 먹여살리는데?


연금복권이나 로또나 당첨되면 모를까 어떻게 날마다 자연에서 뛰어 놀아... 늑대소년도 아니고. 그리고 제주도 미세먼지 심하거든. 작년 봄도 제주에서 보냈고 3월 4월은 이곳의 미세먼지도 지독하다. 이번주도 내내 그렇다.




49%와 51%


제주살이하는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내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육지에 있던 것보다 제주에 있는 게 2% 더 좋아서 5년이 지나도, 10년이 지나도, 고향은 여전히 그립지만 제주에 머물고 있다고. 여길 떠날 수 없다고.



불현듯 친구들이 보고 싶을 때가 있고, 엄마가 끓여주는 감자탕이 먹고 싶을 때도 있고, 7번 국도를 달려보거나 강원도 어딘가에서 캠핑을 하고 싶어진다. 코로나 19가 끝나면 육지에 나갈테지만, 헛헛한 마음은 어쩔 수 없다. 난 애초에 육지사람이었으니까.



제주살이에서 꿈꿨던 건 나만의 작은 텃밭을 가져보는 거였다. 육지에 살 때는 스티로폼에 흙을 담고 베란다나 테라스에 키웠었다. 방울토마토나 상추, 깻잎, 고추 등은 키우기도 쉬워 아파트나 빌라에 살더라도 가능하다. 매일매일 커가는 걸 보면 신기하고, 마음도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4월, 때가 되었다. 제주살이 첫번째 봄, 텃밭 일구기.


요즘 씨앗은 다이소에서 구할 수 있지만 처음하는 사람이라면 모종으로 하는 게 좋다. 제주도에서 텃밭 작물, 모종, 묘목, 씨앗 등을 고루고루 구할 수 있는 곳은 민속 오일장이다. 제주 민속 오일장에 가면 없는 게 없다.



제주에는 민속 오일장이 저렇게나 많다. 5일마다 열리기 때문에 매일 민속 오일장이 지역별로 열린다. 오늘은 10일이니까 세화민속오일시장이 열리겠다.


제주살이 뿐만 아니라 도시에, 아파트에 살고 있더라도 요즘처럼 사회적 거리두기,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면 스트로폼 박스를 구해 베란다에 작은 텃밭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다. 베란다가 더러워지는 것이 싫다면 화분 몇 개로 방울토마토 기르기를 시도해볼 수 있다.




모종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한림 민속 오일장. 

한림 민속 오일장 날짜는 매월 4일, 9일이다.


꽃과 묘목과 예쁜 식물들이 가득하다. 봄을 맞이해 정원이나 텃밭을 꾸미려는 사람들이 많아야할 민속 오일장이 코로나 19로 허전하다. 




수산물을 파는 쪽은 사람이 거의 없다.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하니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많으니까

오늘은 비록 힘들고 어려워도

분명 더 나은 내일이 있을 거라 믿으며.



한림 민속 오일장 뿐만 아니라 지금 제주 오일장에서 가장 인기 많은 코너는 모종을 파는 곳. 씨앗도 판다. 



젊은 사람부터 어르신들까지. 

봄을 맞이하는 자세는 같다.





없는 건 있지만 

없는 게 없는 것처럼 


많은 종류의 모종이 있다. 고추의 종류도 여러가지고, 오이도, 토마토도, 상추도 여러가지다.




가격도 저렴하다.


오이는 5개에 2000원

고추도 5개에 2000원

토마토는 3개에 2000원


상추나 파, 부추 등은 원하는 금액만큼씩 잘라준다. 가지도 있고 호박도 있고 참외, 딸기도 있다.



안 매운 고추 3개 + 청양 고추 2개 = 2천원

대추방울토마토 6개 = 4천원

가시오이 2개 + 다다기 오이 3개 = 2천원 

청상추 + 적상추 = 2천원

대파 = 1천원


11000원으로 텃밭이 풍족해지는 을 샀다. 

박스에 담아줬다.




뭔 호미의 종류도 이렇게 많은지. 호미를 살까 꽃삽을 살까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호미를 사는 게 좋다고 그런다. 가장 호미다운 모양으로 골랐더니(사진 맨 앞에 있는 거) 박스에 든 우리 모종을 보면서 다른 호미로 골라주셨다. 


끝이 좀 뾰족한 호미 7000원 주고 구입.




안녕?



토마토를 심고



오이도 심었다.  


심다가 1개를 댕강 해먹었다. 

내 여름 오이 10개(?)가 날아갔다.



고추도 심고




토마토, 오이, 파, 상추, 깻잎, 파. 고작 요만큼 심었는데 호미질 하고 났더니 허리가 아프다. 토마토가 빨갛게 익을 때쯤이면 코로나 19가 끝나겠지? 엄마한테 사진을 찍어보내며 여름에 제주 놀러오면 토마토를 마음껏 먹게 해주겠다고 했다.


퇴비나 거름을 뿌려서 땅을 비옥하게 한 다음 심어야는데 맨 땅에 그냥 심었냐고 그런다. 파는 손가락 두께만큼만 벌려 심으면 되는데 왜이렇게 멀리 심었냐고 그런다. 


망했나?  


오늘 물주러 찾아가보니 요녀석들 하루 사이에 엄청(?) 자랐다.





제주살이의 기쁨이 된 텃밭. 


얘네를 보면 답답한 마음이 사라진다. 별 것도 아닌 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코로나 19로 집콕이 지겨운 요즘, 집에서 식물 키우기가 유행이다. 집에서 콩나물 키우기는 넘 쉬워서 겨울부터 유행이기도 했다. 화분 하나에 방울 토마토, 화분 하나에 오이고추도 좋다. 몇 천원으로 하루 시작이 달라진다. 일어나면 물부터 주고 싶어진다.


토마토가 열리기 전에

오이가 꽃을 틔우기 전에

우리의 일상이 예전처럼 평범해졌으면 좋겠다. 육지도 나가고 싶고, 친구들이 제주도에 놀러오면 좋겠다. 3월에 제주 한달살이를 하겠다던 친구의 꿈은 미뤄졌지만 곧 가능해지겠지...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