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수산봉 가는길
- 제주도
- 2020. 3. 22.
사람들이 잘 모르는
제주 대수산봉 가는길
제주도 오름이 몇 개냐면 368개다. 원래는 330개로 알려져 있다가 재조사를 하면서 38개가 추가되었다. 사실 조사의 미흡성과 재조사 시기가 1998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400개 전후라고 그런다. 하지만 모든 오름을 오를 수는 없다.
탐방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오름은 169개로 추정되고 그 중 탐방로가 설치된 곳은 121개다. 탐방로가 설치된 121개의 모든 오름을 정복할 기세로 요즘 날씨 좋은 날이면 오름만 간다.
제주도 동쪽에는 오름이 많지만 대수산봉은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다. 올레길 2코스 구간이며 제주도 여행지로 엄청 유명한 빛의 벙커 가까이에 있다. 실내 입장지보다 그냥 제주의 자연이 좋은 것이기에, 정작 그 유명한 빛의 벙커는 가지도 않고 주변 올레길이나 오름만 오른다.
대수산봉 입구 주차장에서 찍은 성산일출봉으로 오르기 전에는 모른다. 정상에서 어떤 풍경을 볼 수 있을지 오름을 오를 때마다 설렘을 가득 안고 출발한다. 주차장 무료이며 넓다. 화장실 없다.
▲제주 대수산봉 가는길 계단
▲'이번에도 죽어났구나'하며 계단만 보면 '난이도 상'으로 보이는 대수산봉
▲등산 스틱을 들고 갈만큼 경사지고 가파른 곳은 없지만 우리가 제주도에서 뱀을 처음 본 시기가 3월이므로 등산 스틱은 '뱀'을 만날까봐 호신용이다. 뱀 사진만 보아도 기겁하는 우리는 뱀 걱정을 사서한다. 정작 농사는 짓지 않으면서 농가 주택에 사는 지인분은 날이 풀리면 똬리를 튼 뱀이 집 마당에 '턱'하니 앉아있다고 그런다. 우리는 그래서 주택에 사는 건 포기했다. 제주도 날씨가 금세 따뜻해질터이니 올해도 뱀을 마주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끔찍하게.
위에 올린 제주 대수산봉 가는 길 계단은 살짝 사기스러운 거다. 계단 사진만 여러장일 뿐이고 계단은 사진에 보이는 것이 끝이다. 주차장 입구에서부터 저 계단을 통과하는 건 3분이면 되고 그 이후에는 어떤 계단도 없다. 그러니까 난이도는 매우 낮다.
제주 오름은 정직하다. 오르면 오를수록, 내가 더 땀을 흘린만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고, 아주 짧게 오른다면 그만한 풍경을 볼 수 없다. 대수산봉 오르는 길은 지미오름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계단을 통과하면 소나무향 가득한 숲길이 시작된다. 계단은 고작 3분 뿐이었다.
■ 제주 대수산봉
트레킹코스 지도에 빨간 동그라미를 3개 그려넣었다. 가장 오른쪽에 있는 곳이 주차장이고 내가 서있는 곳 '현위치'는 주차장으로부터 7 ~ 8분 소요되었다. 가장 큰 동그라미는 대수산봉 둘레길이다.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둘레길을 돌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오기까지 소요시간은 30분이다. 정자나 정상에서 잠시 머무른다면 10분 정도 추가된다. 결국 내가 다녀온 대수산봉 소요시간은 40분이었다.
유명하지 않은 길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보다 앞서 출발한 2명, 트레킹코스에서 만난 1명이 다였다. 정자에 앉아서, 분화구 둘레길에서는 사람이 없어 음악을 틀어놓고 따라부르며 쉼을 느끼기에 좋은 공간이었다.
▲숲길이 지나면 이런 길이 나오고 약 1분만 걸어가면
▲쉼터와 운동기구가 있는 곳이 있다. 아주 낮은 오름이라서 주차장에서부터 이곳까지는 10분이면 된다.
▲주변에 무덤이 많아서 흐린 날이거나 어두워지는 밤 혼자 방문한다면 으슥할 것 같다.
■ 제주 대수산봉
쉼터에 도착하자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보인다. 지미봉에 비하면 풍경이 다소 아쉽지만 지미봉을 오르지 않은 사람이라면 대수산봉에서 보는 풍경만으로도 감탄할 수 있다. 대수산봉 오르는 길은 쉽고, 지미봉 오르는 길은 사나우니 합의점을 보아 대수산봉도 괜찮을 수 있다.
대수산봉의 고도는 137m로 완만하다. 쉼터가 있는 곳부터 평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이어지고 중간에 타원형의 분화구가 있다. 조선시대에 이 오름에 봉수대를 설치했으며 지금도 그 흔적이 일부 남아있다.
제주도 동쪽에는 일출 명소가 많다. 광치기 해변에서 보는 것도 좋지만 조금 높은 곳에서 보기를 원한다면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지미봉, 대수산봉이 있다.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곳이 여기다.
▲성산일출봉 일제동굴진지도 보이고.
▲쉼터에 앉아 한참을 쉬었다. 이곳에서 노래 두 곡을 들었으니 10분 동안 제주 동쪽 바다만 바라보고 있었던 거다.
▲섭지코지 가는 길 반짝이는 게 무엇인가 했더니
▲휘닉스 제주에 있는 - 아고라 / 회원 라운지, 휘트니스 센터, 수영장, 스크린 골프장 등으로 이용했던 공간인데 지금은 망했는지 운영을 잠시 멈춘건지 방치되어 있다. 누구라도 저 안으로 들어가 구경할 수 있다. 3월 초에 다녀왔던 섭지코지 풍경에 아고라도 담겨있다.
▲쉼터를 지나 둘레길을 걷는다. 길이 이렇게나 좋다.
▲산불예방 관리소를 지나면
▲수산봉수가 나온다.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봉수로 초기에는 소수산봉에 있었고 조선 중후기에 대수산봉으로 옮겨졌다. 성산일출봉에 있는 성산봉수와 교신을 하였다. 흔적은 남아있지만 봉수대의 모습은 볼 수 없었고 대신에 성산일출봉을 향하도록 하얀 의자가 놓여있어 풍경을 조망하기 좋다.
▲천국의 계단 카페가 많은 요즘, 이건 천국의 의자다.
▲아래 쉼터에서 보았던 것보다 뷰가 좋다.
▲신양섭지해수욕장은 언제봐도 참 예쁘지.
▲역광이었을 뿐 미세먼지도 없이 맑고 맑았던 제주도 날씨. 덕분에 한라산을 비롯하여 수많은 오름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제주 오름 중에 풍경 맛집이 아닌 곳은 없구나.
사람이 없으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솔방울과 등산 스틱으로 골프 흉내도 내본다. 내려올 때도 핸드폰으로 노래를 틀어놓고 음치임을 뽐내며 주차장에 도착했다.
솔직하게 말해 제주 대수산봉의 풍경은 지미봉보다는 약하다. 하지만 지미봉의 풍경이 정말 대단했기 때문이지 여기가 별로라는 건 절대 아니다. 난이도 쉬운 오름을 찾으면서 정상 뷰가 근사한 곳을 원한다면 고려할만한 제주 동쪽 오름이다.
걸음에 따라 총 소요시간은 30 ~ 40분 사이이니 부담없고, 제주도 동쪽 여행코스 중 시간이 애매하게 남을 때 땀을 흘리지 않고 오를 수 있는 가뿐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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