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도 청보리축제 상큼해
- 제주도
- 2019. 4. 25.
운진항에서 배를 타고 가파도로 들어가는 길, 배안에서 재미있는 노래가 나왔다. 처음에는 뭐 저런 유치한 노래가 있냐고 피식 웃었다가 그 노래가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 가파도 청보리축제를 다녀오고 나서 며칠이나, 그리고 지금까지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가파도 가봤어?(못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못가봤다니까) 청보리밭에 누워 눈을 감으면 어린시절 떠올라 눈물이 나지. 검색해보니 최백호님의 '가파도'라는 노래라고 한다. 세상에, 나는 YouTube까지 찾아서 노래를 듣고 중독되고 말았다.
■ 가파도 가는방법
배는 모슬포 운진항에서 탄다. 청보리 축제 기간에는 사람이 많아서 배표를 예매하지 않으면 원하는 날짜에 가기 힘들다. 가파도 청보리축제 다녀오는 요금은 배편 6000원, 왕복이면 12000원이다. 인터넷으로 예약했더니 1000원 할인되어 배편은 1인에 11000원이었다.
예약이라하면 정확한 날짜 예약이 아닌 배편만 미리 구매한 것이었다. 그렇게 표만 선결제 해두었다가 제주도 날씨 좋은 날을 골라 전날에 전화로 시간을 예매했다. 여객선 터미널에 도착해서 인터넷 예약자 이름을 말하면 빠르게 발권 받을 수 있다. 발권받을 때 가파도 입장료 1000원을 별도로 지불해야한다.
배를 타고 10분이면 가파도에 도착한다. 달랑 10분이면서 그리고 이렇게 가까운 거리이면서 6000원이나 받냐고, 왕복이면 12000원인데 투덜거렸다가 가파도에 발을 딛는 순간 그런 불만은 쏙 들어가고 만다. 멀리, 아니 가까운 곳에 용머리 해안이 보이고 그 뒤로 산방산도 보인다. 더 멀리에는 한라산이 있다. 미세먼지 때문이었나 한라산은 흐릿하다.
▲가파도 도착하면 사진 찍는 곳, 어쩌면 줄을 서야할지도
▲월정리 해변이나 세화해수욕장처럼 바다 가까운 곳에 예쁜 의자도 놓여있다. 뭐 가파도 청보리축제 여기저기 인생샷 장소다. 모자와 가방을 여러개 준비해온 사람들도 있었다. 셀카봉이나 삼각대는 필수다. 사진찍기 좋은 봄날, 여기만한 곳이 없다.
전주에 살면서 고창 청보리밭 축제는 해마다 가는 편이었다. 뭐 올해는 가파도 청보리밭축제를 보았으니 고창은 안 갈 것 같지만 그건 또 모르겠다. 고창 청보리밭 축제도 무척 좋은데 또 개인적으로 전라북도에서는 고창을 굉장히 좋아하는 나는 이곳에 머무는동안 '고창'에게 미안해졌다.
아, 왜 가파도 가파도 하는지 알겠다. 왜 최백호님이 '가파도'라는 노래를 불렀는지 알겠다 싶었다. 청보리와 바다와 산방산이라니! 미세먼지 없는 날에는 한라산까지 선명하게 보여 감동적인 풍경이 펼쳐진다나. '가파도' 노래에는 그런 가사도 있다.
'파도넘어 한라산에 노을이 들면'
끝없이 펼쳐진 청보리밭
자연이 주는 포근한 선물
날카로웠던 마음이 바람따라 눕는다.
▲올레길 따라 가파도 여행
▲청보리밭 보았어!
■ 가파도 여행하는 방법
가파도 배편은 시간이 정해져있다. 편도가 아닌 왕복으로 티켓을 구매해야하는데 들어가는 시간을 정하면 나오는 시간은 자동적으로 배정받게 된다. 더 오래 머물고 싶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배는 정원을 초과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가파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시간 ~ 2시간 20분 정도였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적다는 말이 많아지자 현재는 2시간 50분으로 늘어났다. 내 경우에 가파도에 들어온 배는 14시, 나오는 시간은 16시 50분으로 자동 지정되었다. 2시간 50분이면 적은 시간은 아니다. 소라전복도 먹고 작은 섬을 한바퀴 충분하게 둘러볼 수 있다.
여행하는 방법은 자전거를 대여하거나 그냥 걷는 방법이다. 대부분은 그냥 걷는 코스를 선택한다. 맛집이나 카페를 이용하려면 시간이 부족할테니 그럴 경우에는 자전거를 대여하는 것이 좋다. 자전거는 1인 5000원, 커플 자전거는 10000원이며 가파도에 머무는 동안 이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2시간 50분 이내다.
청보리 색감이 다르다. 한쪽은 푸르고 한쪽은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중이다. 심은 시기가 달라서 그렇다고 한다.
▲정말이지 나는 꿈쩍도 안 하고 반듯하게 서서 가파도 청보리축제 풍경을 동영상으로 담고 싶었는데 바람이 와서 자꾸 나를 밀친다. 파도보다 바람이 휘돌아치는 섬이다.
▲가시리에서 열렸던 제주 유채꽃 축제보다 더 선명했던 봄
▲색을 갈아입는 청보리 너머 알록달록한 지붕과 수평선이 만들어내는 4월의 가파도
▲가파도 가봤어!
▲고창이 그러하듯 청보리와 유채꽃이 한 공간에 있다. 고창에 없는 거대한 풍력발전기 덕분에 가파도 풍경이 더 근사하다.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곳, 그냥 잠시 멈춰도 되는 여기
▲햇살도 공기도 하늘도 가파도를 노래한다.
▲초록에서 황금빛으로 다가서는 보리가 바람에 누우면 하얗게 빛난다. 눈이 내린 것처럼 메밀꽃이 핀 것처럼.
■ 그냥 걷기
천천히, 조금 더 천천히 햇빛을 기억하면서 걷는 길. 바람과 이 순간을 잊지 않도록 마음에 담아두며 걸으면 된다. 이정표를 크게 신경쓸 필요가 없다. 섬이 크지 않다. 저 길을 걸어도 되고 자전거를 타도 된다.
▲마라도도 꽤 가깝게 보인다.
▲신기하다. 바다로 길이 나있다. 저길을 따라 쭉 걸으면 마라도까지 연결될 것 같다.
▲배에서 내린 곳 딱 맞은편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한 20분 정도 걸었나보다. 소라 전복 짬뽕을 먹을 수 있는 가파도 맛집?들이 많은 공간이다. TV에도 여러차례 소개되었나보다. 카페도 있다.
▲한국기행이었나? 그 프로그램에서 가파도 편을 방송해준 적이 있었다. 가파도가 좋아 이곳에 자리를 잡고 감쪽 염색을 한다는 여인이 소개되었었는데 아마 이 집인 것 같다.
▲gapado
▲마을회관이었나? 작은 전시회도 열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렇게 채광이 좋은 공간을 늘 꿈꿔왔었는데 참 낭만적이다. 우리집 거실이었으면 했다.
▲가파도 청보리축제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2시간 50분. 한 시간 넘게 걸었더니 배가 고파서 소떡소떡을 사먹었다. 가파도에 소떡소떡이라니? 가파도에서 먹어서 그런가 다른 축제장에서 사먹은 것보다 맛있었다. 가격은 3000원!
▲걷는 일이 옳은 가파도, 끙끙 앓는 마음 따윈 여기에 버려.
▲청보리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나두야 구름따라 흘러간다네(최백호 '가파도') 정말 눕고 싶어진다규!
▲괜찮네?
▲요것도 방송에서 보았던 집. 소라전복을 주워다가 집을 꾸몄다고 한다. 남편이 부인을 위해 구해다주었고 어머님이 하나하나 다 작업하셨다고. 지금은 가파도의 명물이 되었고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그냥 밖에서만 보아도 다 보이니까 괜찮다.
■ 가파도 가봤어! 청보리밭 보았어!
가파도란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 아직 느껴보지 못한 바람, 낯선 곳이었다. 가파도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벅찰 수 있을까. 바람도 하늘도 바다도 우리를 미치게 만드는 곳이었다. 2시간 50분은 걷기에도 큰 부담없이 적당한 시간이었으며 자전거를 대여하지 않더라도 둘러보는데 지장은 없다.
배는 정원이 있으므로 먼저 나가고 싶더라도 나갈 수 없다. 그러니 주어진 시간을 아낌없이 활용하면 된다. 길게 줄서서 미리 기다릴 필요도 없다. 어차피 내가 나갈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까. 제주도보다 바람이 강하므로 추위를 잘 탄다면 무릎담요 하나쯤을 챙기면 좋을거다. 나는 오들오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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